[광주=이홍래기자] 전라남도가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첨단산업 주도권 경쟁에 대응하기 위해 여수국가산단을 필두로 한 ‘이차전지용 화학산업 소재·부품·장비(이하 소부장) 특화단지’ 조성에 본격적인 승부수를 던졌다. 이번 사업은 해외 의존도가 높은 핵심 소재의 자립화를 통해 국가 배터리 산업의 기초 체력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여수·율촌·세풍 잇는 ‘K-배터리 소재 삼각벨트’ 구축
최근 전라남도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주관하는 ‘소부장 산업 특화단지’ 지정 공모에 신청서를 제출하며 이차전지 소재 산업의 중심지로 도약할 의지를 피력했다. 이번 특화단지는 국내 최대 석유화학 집적지인 여수국가산단을 중심으로 율촌제1산단과 세풍산단을 연계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총사업비 약 2조 6천억 원이 투입되는 이번 사업에는 화학소재 앵커기업 3개 사를 비롯해 협력기업 37개 사, 수요기업 2개 사 등 총 42개 기업이 참여 의사를 밝혔다. 이는 단순한 산업 단지 조성을 넘어, 원료 공급부터 완제품 소재 생산까지 이어지는 완결형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시도로 분석된다. 전남은 이미 탄탄한 기초 화학원료 공급체계를 갖추고 있어 이차전지 소재로의 전환이 용이한 지리적 이점을 보유하고 있다. 광양항을 통한 원활한 물류 인프라까지 더해진다면 국내 유일의 이차전지 고기능 화학소재 전주기 공급망 거점으로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해외 의존도 높은 핵심 소재 자립화, 국가 경제안보의 열쇠
현재 이차전지 제조의 핵심인 전극 바인더, 도전재용 카본블랙, 방열 및 절연 소재 등 고기능성 화학소재는 상당 부분 해외 공급망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라남도는 이러한 공급망의 불확실성이 국내 배터리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고질적인 리스크라고 진단했다. 특히 이계명 전남도 화학철강산업과장은 이번 공모가 지역 산업의 고부가 가치화를 위한 분수령이 될 것임을 시사했다.
이번 특화단지 지정을 통해 기술 자립화를 실현한다면, 국제 정세 변화에 흔들리지 않는 안정적인 제조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고부가 화학소재로의 산업 구조 개편은 기존 석유화학 산업의 성장 정체를 돌파하고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는 중대한 전환점이 된다. 배터리 산업의 패러다임이 에너지 밀도 향상뿐만 아니라 소재의 안정성으로 이동하고 있는 만큼, 전남의 고기능성 화학소재 특화 전략은 매우 시의적절한 대응이다. 기업들의 민간 투자가 실제 기술 혁신으로 이어지도록 정부 차원의 집중적인 지원이 절실하다.
범정부 협력 강화로 ‘7월 최종 지정’ 총력전 전개
전남도는 제안서 평가에 대비해 ‘전남 화학산업 소부장 발전 협의체’를 가동하고 정부 및 국회와의 협력 채널을 공고히 하고 있다. 김기홍 전남도 전략산업국장은 "전남은 대한민국 석유화학산업의 본산이자 이차전지 화학소재 공급망을 완성할 최적지"라며, 국가 첨단산업의 경제안보 강화를 위해 반드시 특화단지 지정을 이끌어내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오는 6월까지 서류 확인 및 현장 평가를 진행하고,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7월 중 최종 심의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공모 결과에 따라 전남의 산업 지형도는 물론, 국가 이차전지 산업의 공급망 지도가 새롭게 그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 사회는 이번 지정이 침체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청년 일자리 창출과 고부가가치 산업 구조로의 성공적인 연착륙을 이끌어내기를 기대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의 긴밀한 공조가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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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션: 현재 이차전지 제조의 핵심인 전극 바인더, 도전재용 카본블랙, 방열 및 절연 소재 등 고기능성 화학소재는 상당 부분 해외 공급망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남 이차전지 소부장 특화단지 추진 현황
- 공모 신청 여부: 전라남도는 2026년 4월 기준 산업통상자원부의 '소재·부품·장비 산업 특화단지' 지정 공모에 공식 신청서를 제출했다. (출처: 전라남도 보도자료)
- 사업 규모의 근거: 제시된 2조 6천억 원의 사업비는 참여 의사를 밝힌 42개 기업의 민간 투자 계획과 고부가가치 기술 개발(R&D) 예산을 합산한 수치다.
- 향후 일정: 산업부는 2026년 7월 중 최종 지정을 목표로 평가를 진행 중이며, 이는 범정부 차원의 첨단산업 육성 로드맵에 따른 것이다.
전문용어
-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제조 산업의 기초가 되는 핵심 구성 요소를 의미하며, 국가 산업 경쟁력과 공급망 안보의 핵심 지표다.
- 이차전지(Secondary Battery): 한 번 쓰고 버리는 일차전지와 달리, 충전을 통해 반복해서 사용할 수 있는 배터리로 전기차와 ESS의 핵심 부품이다.
- 전극 바인더(Electrode Binder): 전극 활물질과 도전재가 집전체에 잘 부착되도록 돕는 접착제 역할을 하는 화학소재다.
- 카본블랙(Carbon Black): 이차전지 내에서 전자 흐름을 돕는 도전재로 사용되며, 고기능성 화학 기술이 요구되는 소재다.
- 앵커기업(Anchor Company): 특정 산업 단지나 지역 경제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며 협력업체들과 생태계를 주도하는 선도 기업이다.
- 수직 계열화: 원재료 생산부터 최종 제품 제조까지 모든 단계를 계열사나 특정 지역 내에서 통합하여 효율성을 높이는 구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