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이홍래기자] 정치권에서 선거제도 개편 논의가 나올 때마다 단골 메뉴로 등장하는 '중대선거구제'는 표의 등가성을 높이고 사표를 방지하려는 취지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최근 광주 등 일부 지역에서 시범 도입된 이 제도가 거대 양당의 전략적 '복수 공천'과 맞물리며 오히려 소수 정당의 진입을 가로막는 '독점의 도구'로 변질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표를 줄이는 마법, 중대선거구제의 작동 원리
현행 기초의원 선거 등에서 활용되는 중대선거구제는 한 선거구에서 1명만 선출하는 소선거구제와 달리, 2명에서 많게는 4~5명까지 선출하는 방식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자료에 따르면, 소선거구제는 1위 후보를 제외한 나머지 후보에게 투표한 모든 표가 '사표(死票)'가 되지만, 중대선거구제는 2, 3위 후보를 지지한 표도 당선권에 포함되어 민의를 더 폭넓게 반영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한 선거구에서 3명을 뽑는다고 가정해보자. A정당 후보가 40%, B정당 후보가 30%, C정당 후보가 20%를 득표했다면, 소선거구제에서는 40%를 얻은 A후보만 당선되지만 중대선거구제에서는 세 후보가 모두 의회에 진입한다. 이는 지지율 20%의 마이너 정당도 원내에 목소리를 낼 기회를 제공하며, 극단적인 양당 정치의 폐해를 극복할 대안으로 거론되어 왔다.
'복수 공천'이라는 꼼수, 소수 정당의 희망을 꺾다
문제는 거대 정당이 한 선거구에 여러 명의 후보를 내보내는 '복수 공천'을 단행할 때 발생한다. 이론적으로는 다양한 정당의 후보가 당선되어야 하지만, 거대 정당이 당력을 집중해 자기 정당 후보들을 1-가, 1-나 식으로 줄 세우기 공천을 할 경우 소수 정당의 당선권은 급격히 좁아진다.
실제 사례를 통해 살펴보면 더욱 명확해진다. 3인 선거구에서 거대 여당인 D정당이 후보 2명(D1, D2)을 내고, 야당인 E정당이 후보 1명(E)을 냈다고 가정하자. 투표 결과 D정당 지지층이 갈라져 D1이 25%, D2가 20%를 얻고, E정당 후보가 30%를 얻었을 때, 나머지 소수 정당인 F정당 후보가 15%를 얻었다면 당선자는 E, D1, D2가 된다. 결과적으로 거대 양당이 의석 3개를 모두 나눠 갖게 되며, 소수 정당인 F정당은 15%라는 적지 않은 지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의회 진입에 실패한다.
졸속 행정과 밀실 야합이 낳은 '기만적 정치'
이러한 현상은 최근 국회와 지역 의회에서 충분한 숙의 과정 없이 도입된 '졸속 행정'의 결과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선거구를 획정할 때 소수 정당의 진입을 보장하는 장치(예: 거대 정당의 복수 공천 금지)가 마련되지 않은 채 제도가 도입된다면, 이는 무늬만 혁신일 뿐 실제로는 거대 양당의 기득권을 공고히 하는 '패자부활전'으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
유권자들은 중대선거구제가 단순히 '많이 뽑는 제도'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정당들이 어떻게 후보를 배치하고 표를 분산시키는지 면밀히 감시해야 한다. 제도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거대 정당의 독점 방지 조항과 시민사회의 참여가 보장된 공론화 과정이 필수적이다. 진정한 정치 개혁은 제도의 이름이 아니라, 그 제도가 실제로 누구의 목소리를 대변하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중대선거구제의 실제와 오해
중대선거구제를 하면 무조건 소수 정당이 당선되는가?
그렇지 않다. 거대 정당이 높은 정당 지지율을 바탕으로 후보를 여러 명 내보내(복수 공천) 표를 나누어 가져가면, 소수 정당 후보는 여전히 당선권 밖으로 밀려날 수 있다.
왜 광주에서 논란이 되는가?
광주는 특정 정당의 지지세가 강한 지역이다. 여기서 3~4인 선거구제를 도입하면서 해당 정당이 모든 자리에 후보를 내보내면, 사실상 소수 정당의 진입 장벽은 소선거구제 때보다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해외 사례는 어떠한가?
일본은 과거 중대선거구제를 운영했으나, 같은 정당 후보끼리의 과도한 경쟁과 금권 선거 부작용으로 소선거구제 중심의 혼합제로 변경한 바 있다. 제도 자체보다 운영 방식이 중요하다는 증거다.
핵심 인사이트 Q&A
Q1. 거대 정당의 복수 공천을 제도적으로 막을 방법은 없는가?
현재 공직선거법상 정당이 선거구당 공천할 수 있는 후보 수에 대한 엄격한 상한선이 미비하다. 이를 '선거구 정수의 2분의 1' 등으로 제한하는 법 개정이 이루어져야 중대선거구제의 본래 취지인 정치적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다.
Q2. 유권자 입장에서 중대선거구제가 유리한 점은 무엇인가?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이 1등을 하지 못하더라도 내 표가 당선에 기여할 확률이 높아진다. 즉, 투표의 효능감이 상승한다. 다만, 내가 찍은 후보가 아닌 같은 정당의 다른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하므로 후보 개인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더욱 요구된다.
중대선거구제 #선거구개편 #복수공천 #사표방지 #소수정당 #거대양당 #독점방지 #정치혁신 #광주정치 #지방선거 #정치다양성 #선거법개정 #표의등가성 #밀실야합 #졸속행정 #조국혁신당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민주주의 #유권자권리 #정치개혁 #선거구획정 #시민공론화 #패자부활전 #일당독점 #정치적다양성 #기초의원 #선거제도 #지방자치 #정치감시